지난해 나름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고 볼 수도 있을 외과 수술을 강남 세브란스에서 받았다.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머무는 병동이지만 시설은 어떤지, 식사는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실 분들도 계실 수 있기에 이에 대한 후기를 남기려 한다.
가장 궁금했던 건 병원밥.
사진을 올려놓고 보니 다 비슷비슷한 메뉴처럼 보이기는 하는데ㅎㅎ
그래도 간이 슴슴하고 초록 나물들로 가득할 줄 알았지만 그렇게 싱겁지도 않고, 고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보기보다 맛있고 딱 균형 잡힌 식단이란 느낌이 강했다. 무엇보다 김치 맛집?
칼슘과 단백질 보충을 위해 우유나 고칼슘 두유가 하루에 한 번씩 함께 나왔는데 후식으로 같이 먹기 좀 애매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중에 집에 올 때 가져왔다.
배식 시간과 식사 선택 사항은 이러하다.
아침 식사를 할 때 교수님 회진 시간과 겹쳐서 밥 먹다가 의사샘을 만나는 좀 민망한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반식은 한식이고 선택식은 빵이나 누룽지, 짜장덮밥 등 다양한 특식으로 구성돼 있다.
나는 아플 땐 한식파라 따로 선택식을 요청하지 않았다.
잡곡밥이나 선택식, 시그니처 메뉴를 원한다면 미리 말해야 한다.
저녁 배식이 6시경에 이뤄지는데 올빼미족이거나 특히 다음날 수술이 늦은 오후에 수술이 잡힌 데다 자정부터 금식이라 그 전까지 무조건 많이 먹겠다! 하는 분이라면 지하 1층 편의점을 애용 바란다.
참고로 편의점에서 산 김밥 등의 식사는 때로는 지하 1층 소파에서, 때로는 병동 복도에서 먹었다.
하지만 고요한 병동 복도에서 식사는 비추천!
뒤에 언급할 5층 복도를 이용하거나 저녁에 사람들 왕래가 적은 1층의 구석진 소파를 찾아보자.
그 옆에 식당이 있지만 환자복을 입고 출입하는 건 안 된다고 가드에게 잡혔었다. 옷을 갈아입고 오면 출입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뭐, 굳이?
보호자들이 식사하실 수 있으니까. 지난해 여름 기준으로, 가격은 현재 인상됐을 수 있다.
식당 맞은편에 투썸과 뚜레쥬르가 있지만 빨리 닫는 데다 뚜레쥬르의 경우 빵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저녁 시간이 되면 재고도 거의 소진된다. 지하 1층 출입구 앞에 CU 편의점은 병원 편의점이 다 그렇겠지만 할인 없고 비싼 편이다. 그래도 밤늦게까지 영업해서 난 배고픈 하이에나처럼 뺀질나게 드나들었었다.
병동
내가 머물렀던 외과 간호병동은 수술 후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기에 하루에 두 번 조무사 분들이 돌아다니며 텀블러에 물을 담아주신다. 나는 일어나서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기왕 주시는 거 감사히 받아두었다.
입원 당일이자 수술 전날에는 수술 동의서에 사인하고 수술 설명 듣고 주사 바늘 꽂고 하느라 날 찾는 분들이 많았지만,
부산스러운 가운데에서도 내가 아직 수술 전에 멀쩡히 잘 돌아다니는 일반인이라 약간 찬밥 신세인 나이롱환자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다음 날 수술 끝나고 마취약에 헤롱 대며 병실로 돌아오니 간호사분들과 조무사분들이 일사불란하게 불편함 없이 케어하고 신경 써 주시더라. 다시 잠들지 않도록 침대를 세워주고 마취에서 깨어나 추워할 나를 위해 핫팩도 여러 개 가져다주시고 얼음물도 떠다 주셨다.
내 옆의 환자는 거의 2~3일 정도 거동이 아예 불가능했는데 어떻게 신청한 건지는 모르지만 물 없이 샴푸 해주는 서비스도 받았다.
나는 샤워실에서 머리를 감았는데, 이 샤워실이 문 아래에 뚫려있어서 샤워실의 촤아 하는 소리가 복도에 다 들린다.
정말 간단히 씻고 나와야지 그게 아니라 느긋하게 샤워를 즐기다 나오면 간호사들과 눈 마주쳤을 때 민망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불편했던 점은 내가 머물렀던 병실이 6인실이고 창가 쪽에 창을 등지고 가운데에서 문을 바라보는 구석진 곳에 상주 간호사 자리가 있는데, 그 간호사는 출입문쪽의 환자들을 케어하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내가 뭐 물어보려고 가니까 자기 담당이 아니라는 듯 다른 간호사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중요하고 급한 사항은 아니었지만 그 간호사가 같은 병실 다른 환자들을 알뜰히 살피는 걸 보니 또다시 찬밥신세가 된 느낌;; 외과 병동이라 나보다 중차대한 수술을 받은 분들이 많아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고. 내가 모르는 병동 시스템이 있는 걸지도..? 아무튼 간호병동 만만세라는 느낌은 수술받은 직후만 느낄 수 있었다는 점.
머물렀던 6번 베드. 문쪽 휴지통 바로 옆이라 누가 덜거덕하고 쓰레기를 집어넣으면 내 베드까지 툭 쳐져서 놀라곤 했다.
아침에는 무조건 조무사분들이 돌아다니며 커튼을 홱 열어젖히고, 그 뒤로도 종종 쳐버리고 다시 원위치해주지 않아서 독립적으로 차분히 머물고 싶은 시간을 방해받고는 했다. 그게 싫으면 진작 1인실 또는 2인실로 갔어야겠지만.
병실 배정 및 변경
입원 당일에 병실 배정이 이뤄지는데 만약 1, 2인실 등 더 좋은 병실로 옮기고 싶다면 하루 전에 미리 말해야 한다.
선착순인 데다가 자리가 날지 안 날지 모른다. 같은 병실 안에서는 창가 자리 등 더 나은 자리가 뒤늦게 나와도 베드를 변경할 수 없다.
자신이 거동이 불편할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어떤 사유로 보호자 없이 입원해야 한다면 입원 직후 무조건 간호병동 내 타병실 변경 대기부터 걸어놓기를 추천한다. 6인실은 안에 화장실이 없는 데다 좀 떨어져 있고, 화장실도 두 칸으로 부족한 편이라 불편하다.
화장실
화장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세면대 아래 바닥에 환자들 소변을 받아놓은 소변통?들을 바로바로 치우지 않고 그대로 놓아두어서 불편한 적이 많았다. 더러워서 역한 건 둘째치고 링거 주렁주렁 달로 화장실 칸에 들어가는 것도 고역인데 그 소변통들을 건드려서 더러운 꼴을 보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었다...
암묵적 취침 시각 - 9시만 되어도 컴컴
8시 반 정도만 되어도 베드 한 둘씩 불이 꺼지거나 조명 조도가 낮아진다. 뒤척이는 소리에 타인의 휴식을 방해하게 될까봐 아예 일찌감치 불을 끄고 지하 1층으로 피신했었다. 지하 1층과 1층 소파에서 놀다가 잠을 청하러 밤 11시쯤 올라오면
병실은 거의 고요 속에 잠긴 상태. 아예 복도로 향하는 병실문도 복도의 빛이 새어 들어가지 못하게 닫아둔다.
어떤 환자의 코 고는 소리, 당일 고된 수술로 으으으 아파...하며 앓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미리 준비한 귀마개를 단단히 끼고 잠을 청했다. 그러다 수술날 새벽 4시쯤 간호사가 와서 주사를 놓다가 갑자기 움직임이 빨라지더니 베드를 쓱쓱 닦더라.
비몽사몽해 하며 보니까 피가 후두둑 떨어져 침대보와 바닥에 묻은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하는데 주사가 찌릿 아파서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주삿바늘이 꽂힌 자리는 항생제 링거를 새로 맞을 때마다 그렇게 아릿하고 따끔따끔 아파서 이거 때문에라도 일찍 퇴원할 수 있냐고 물어볼걸.. 싶었다. 퇴원 시 주사 바늘을 뽑아주는 간호사가 놀라면서 수술실 마취할 때도 이 라인으로 마취했냐고 물었다. 입원할 때 꽂는 주삿바늘과 수술 시 꽂는 주삿바늘은 보통 다른가? 어쩐지 항생제 넣을 때 아프더라니...
강남 세브란스의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고 덜거덕 거리며 친절과 불친절의 경계 언저리를 유영하는 느낌. 사람이 하는 일인데 완벽할 순 없겠지......
휴게 공간
지하 1층과 1층을 제외하고 다른 휴식 공간을 찾는다면 5층으로 가보길 추천한다. 2동과 3동을 잇는 구름다리 복도에 의자들을 갖다 놓아서 병원과 마주한 아파트들 전경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꼼수지만 코로나 때 가족 면회가 어려워도 다들 여기서 잘 만나는 분위기.)
또 3층인가 5층인가 엘리베이터가 잠시 섰을 때 보기로는 샌드위치 자판기 같은 것도 있었는데 의국 의사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었을까. 쓸데없이 헤집고 다니지 말자 주의여서 내려볼까 하다가 말았다.
퇴원 및 입원수술비
퇴원 과정도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는다. 퇴원 담당 간호사가 있는 모양인데, 그 간호사가 온다고 기다리라고 해도 일이 바쁜지 날 잊었는지 전달이 안 됐는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오신다고 하니 어디 가지도 못하게 하고 베드에 걸터앉아서 멍...
마지막으로 수술비와 입원비를 결제하고 필요한 서류들을 확인하고 나오는 길.
목에 4센티 정도 되는 외과적 절개 수술비와 3박4일 입원비로 총 120만원 정도 나왔다.
퇴원 후 요양병원으로 바로 가서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다 하는 것 같은 병원의 극진한 간호를 이어받는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튼튼하고 건강하니 집으로 향했다. 실비보험으로 100% 비용 처리가 됐다면 아마 가보겠다고 했을지도?
나는 수술 당일 나이순으로 배정되는 수술시간에서 가장 마지막 순이었을 정도로 젊은 편이었고. 수술 당일 저녁부터 식사가 가능했을 정도로 회복력도 나름 빠른 편이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선 육아나 기타 개인 사정으로 집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분에게는 요양 병원이 정답일 수 있겠다.
40~50대의 연령대에 실비보험을 갖고 계시다면 요양병원도 추천드림!
기본적으로 보험 청구 시 필요한 서류는 다음과 같다.
진단 주수, 수술명, 수술일자, 진단서 or 소견서, 비급여 소견서(진단서에 기재할 수 있음), 입퇴원 확인서
그러나 보험사마다 요구하는 게 다를 수 있으니 두 번 발걸음 하는 일 없도록 퇴원 직전에 보험사에 꼭 미리 문의하고 퇴원 시 받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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