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에 한창 흥미가 생겼을 무렵,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세일가에 키캡을 샀었다.
사기 전에 구매자 리뷰를 읽었는데 영어로 키캡이 하나 안 왔지만 별로 중요한 키캡이 아니라서 그냥 쓰겠다며 별점을 깎은 리뷰가 달려 있었다.
이에 판매자는 리뷰를 남기기 전에 미리 말했다면 부족한 키캡을 보냈을 것이라고 답글을 공격적?으로 남겨놓았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매우 크리티컬한 리뷰였지만, 당시 내가 좋아하는 색상의 키캡을 이 셀러만 판매하고 있었고,
구매자처럼 상품이 부족하더라도 뭔가 해결책이 있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게 주문하고 기다려서 받은 키캡.
184개나 되는 키캡을 일일히 확인해 보는 것은 고역이었지만 찜찜함을 안고서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나 다를까..키캡이 두 개나 빠져서 왔다. 딱 그 리뷰를 남긴 사람과 똑같은 상황에 처한 것이다.
빠진 키캡은 그 리뷰어의 말대로 사람에 따라선 절대 쓸 일이 없을 것도 같은 키캡이었다.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법. 내가 이 키캡을 필요로 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게다가 이런 일을 나만 겪은 게 아니라고 하니 판매자가 괘씸해졌다. 고의 아니냐고.
일단 내 상식선에서 판매자에게 환불이 아닌, 부족한 키캡을 어떻게든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이 상식이란 건 어디까지나 한국의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쌓인 상식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런 건 중국의 일개 판매자에겐 통하지 않아..
그간 판매자와 주고받은 대화들. 며칠에 걸쳐서 대화했다.
판매자의 답변도 늦게 달려서 슬슬 화가 쌓이는 때에 결정적으로 판매자가 '다음에 우리 상품 주문하면 그때 같이 보내줄게'라고 말했고 난 대노했다. 아니 너 같은 판매자를 어떻게 믿고 너네 걸 또 사? 그래서 또 부족한 게 오면? 뭐, 세 번째 물품을 구매하면서 두 번째 부족했던 걸 받으리?
게다가 자기네가 이걸 보내면 별점 5개를 달란다.ㅎㅎㅎ
그런 건 나와 딜할 문제가 아니란다. 당연히 완벽하게 보냈어야 했는데 빠뜨린 너네 잘못이지.
그래도 차분하게 빠진 키를 받고 싶다고 여러 번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뒤로 판매자는 답이 없었다.
나는 원래 판매자한테 요구하지 않았어도 알리익스프레스 측에 분쟁을 열어서 상품 미비로 태클을 걸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환불해 주는 정책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일일이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빠진 키캡을 보내라고 했던 건 이게 정말 판매자의 '실수'라고 믿고 싶었고, 애초에 난 물품만 갖고 돈은 환불받으려는 나쁜 심보가 아니라 어떻게든 너희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 했던 선의의 구매자였으니까.
엄청 화나서 '니네가 잘못 보낸 거니 부족한 걸 보내는 건 당연하다'라고 메시지를 남기고, 내일까지 답이 없으면 분쟁팀으로 넘기겠다고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그러자 판매자의 답변이 달렸는데...
기가 막히다. 내 구매자 정보가 안 뜨기 때문에 페이팔로 10원이라도 결제하란다.
아니 왜 안 떠? 아직 구매도 확정으로 안 넘어갔는데? 결국 키캡 2개값은 받아내겠다는 거 아닌가?
그리고 페이팔로 결제하라니. 알리 밖에서 결제를 유도하는 게 영 불안한데다, 페이팔로 결제하면 뭐 전에는 보이지 않는다던 내 트레킹 넘버가 다시 보이기라도 하나?
그리고 왜 내가 추가로 결제해야 돼? 애초에 그 가격에 보내기로 약속했으면 미비한 부분에 대한 책임도 100% 너네가 져야지.
심지어 10원이 비싸서 추가결제를 못하는 거냐는 판매자. ㅎㅎㅎㅎ얘네는 말로 매를 버는구나. 후...
그래, 저렴한 값에 구매했고 유용성이 떨어지는 키캡이었다 치자.
그런데 이쯤되니 부아가 치밀어서 이런 거 저런 거 다 필요 없고 그냥 저 판매자한테 쌍빅엿이나 먹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가는 말이 고왔지만 오는 말은 개소리뿐이네.
바로 알리의 분쟁을 제기했다.
분쟁의 제기하는 절차는 홈페이지 최상단의 '고객지원 ' - '분쟁' - 'Open Dispute'
분쟁란에 저 판매자와 주고받았던 메시지를 모두 캡쳐해서 업로드했다.
설명란에 영어로 '이걸 샀는데, 물건이 몇개 안 와서 판매자에게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하니, 처음에는 재구매하라고 하고, 나중에는 추가결제하라고 한다, 판매자가 잘못 보낸 건데 내가 왜 돈을 더내야 하나? 나는 매우 화가 났고 판매자를 더는 신뢰할 수 없다'라고 썼다.
내가 알리에 요청할 수 있는 선택 옵션은 '반품 + 환불', '환불만'이 있었고,
판매자에게 엿을 날려야 하는 나는 당연히 '환불만'을 선택했다.
그리고서 분쟁팀에서 메일을 하나 받았는데, 분쟁팀에서도 환불이 유효한 건이라고는 보지만 사진 증거가 부족하니 추가로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분쟁란에 증거 사진과 영상을 추가로 업로드했다.
분쟁팀에서 해당 건을 조사하고 판단하는 데는 보통은 일주일 정도 소요된다.
그 사이에 분쟁팀은 구매자한테도 증거를 요구하고, 판매자에게도 어떻게 된 일인지 이유를 묻는다.
분쟁이 어떻게 조정되고 진행되는지는 알리 홈페이지 분쟁란에서 볼 수 있다.
그 판매자가 변명이랍시고 분쟁팀에 보낸 메시지를 나도 읽을 수 있었는데,
판매자는 분쟁팀에 '물품을 보내기 전에 무게를 달아서 보내는 절차를 거친다. 그 절차에 따르면 문제가 없었다'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적어놓았다.
플라스틱 키캡 184개짜리에서 2개가 빠진 것을 어찌 무게로 정확하게 재서 안단 거지?ㅎㅎㅎ
결과는 3일 뒤에 100% 환불.
판매자와 실랑이하는 데만 일주일, 분쟁을 제기해서 증거를 업로드하고 돈을 환불받기까지 일주일. 총 이주일을 썼다.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1.알리익스프레스로 물건을 구매한다면 택배박스 오픈부터 영상을 찍어두고, 상품이 미비하다면 일개 판매자와 실랑이하지 말고 바로 분쟁을 제기하자.
2.<Keyboard Keycaps Store>이란 판매자도 거르자. 이때의 환불 기록을 찾아보려고 판매처를 다시 들어가 봤는데,
키캡이 빠져서 왔다는 다른 리뷰는 물론 평점이 안 좋았던 리뷰들까지 싹 지워지고 평점 5점짜리 리뷰들만 남아있더라.
ㅎㅎㅎ 당시 2페이지가 넘어갈 정도로 리뷰가 있었는데, 지금은 4~5개 정도의 리뷰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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