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었을 무렵, 사람들이 많이 찾아 북적대는 뻔하고 부산스러운 장소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고 고즈넉한 곳에서 안정과 평온을 얻고 싶었다.
가까운 곳 중에서 어디를 가면 좋을까 하고 지도를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찾은 당진시.
그중에서도 충남 당진 초락도 푸레기마을.
바다와 농촌을 둘 다 느껴볼 수 있어서 괜찮겠다 싶었다.
정식 명칭은 '푸레기농어촌체험휴양마을'이라는 명칭을 내걸고 방문객들에게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마을 회관에 미리 연락하면 안내받을 수 있으니 아이와 함께 가족단위로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푸레기마을 체험 안내 041-353-5008)
우리도 어른아이지만ㅎㅎ 이런 분야에 관심은 많지만 주책맞으니 조금 자제하기로...ㅎㅎ 당연히 미리 연락을 안해서인지 마을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그 건물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을 안내도를 살펴보았다.
마을을 둘러가거나 거쳐가며 각기 다른 풍경과 테마를 만끽할 수 있는 산책 코스들이 안내돼 있었다.
2번 부엉이울던 살망재숲길과 3번 해넘이두렁길이 끌렸지만 일단 기본이 되는 1번 푸레기마실길을 선택했다.
1번 코스도 한 바퀴를 빙 돌아서 오면 당재산을 거쳐야 하므로 왔던 길을 되돌아서 가볍게 걷기로 했다.
벚꽃과 복사꽃이 화사하게 만개하는 계절이 오면 2번 길을,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수면에 높다란 파란 하늘이 투명하게 비치는 계절이 오면 3번 길을 걸어도 좋겠다.
도로에 차도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동네이지만, 아무래도 농촌이라서인지 간혹가다 트럭 같이 큰 차가 지나가니 조심해야 한다.
맞은편에 초락감리교회 안내판이 보일 때까지 걷다가 길을 건너서 마을 안으로 꺾어져 들어온다.
정말 조용하다못해 고요한 마을. 이런 논밭두렁 길을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한걸음씩 걷는다.
왼편에 초락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아련히 들린다. 시골학교를 바라보자니 서서히 힐링되는 느낌.
이 집이 나오면 오른편으로 꺾는다.
가끔씩 한적한 남의 동네를 뭣하러 걷고 있지? 라는 현타가 슬그머니 올 때쯤
이런 예쁜 길이 등장해 다시금 오기 잘했다고 다독이게 된다.
저 아래 파란색 집에는 누가 사는 것일까. 집이 너무 예쁘다.
대나무길과 숲길을 거쳐서 어느새 1번코스의 절반이 끝났다. 이 위로 올라가면 벚꽃길이지 싶다. 산으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을 것이고, 아니면 이 도로를 따라 걷다가 초락1리 마을회관쯤에서 꺾으면 당재산과 고구마밭을 거쳐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을 테다.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다시 차를 타고 이번에는 도비도항으로 향했다.
이름이 도비...라니. 물론 그 도비가 아니겠지만 말했다시피 심신의 여유가 없을 때라 '도비는 자유예요'라는 문구 탓에 나도 모르게 장난스럽게 이끌려 선택한 두 번째 목적지.
조그마한 항구에 7,80년대에 지었을 법한 낡디낡은 화장실과 침체돼 영업을 중단한 오래된 상가 시설들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항구를 왼편에 끼고 조성된 방파제 위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솔밭 사이로 간간히 나들이객 텐트가 한 둘쯤 쳐져 있었다.
정물화 속 피사체처럼 잔잔한 바다 위로 그림같이 떠있는 배들.
이만하면 되었다 싶을 만큼 걷다가 다시 돌아나왔다.
늦겨울이지만 바람이 거의 불지 않고 해를 정면으로 받으며 걸어서 정수리와 얼굴이 제법 뜨거워졌다.
도비도항은 일몰 명소라고도 하는데, 이런 풍경에 일몰이 더해진다면 과히 명소라 불릴만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왜목마을에 잠시 들러 차 한잔 마시고,
38번 국도를 따라 서울 쪽으로 올라오다가 함바집으로 보이는 새롭게 개장한 한식뷔페 집에서 식사까지 야무지게 마쳤다.
막히는 퇴근 시간대를 피해서 집에 저녁쯤 잘 도착했으니, 이번 나들이도 아주 성공!
쉼이 필요해 떠난 일정이라서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았지만, 남기고 싶은 그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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