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서울 근교에 위치한 유명산 자연휴양림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근처에 용문산과 산음까지 세 후보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유명산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숲속의 집들 중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숙소에서 조용히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평일 비수기 기준으로 6인용 숲속의 집을 7만5천원에 예약했다.
늦겨울에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상단의 사진은 주차장과 가까운 초입 부분으로 도로 상태가 양호하다.
하지만 숙소가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기에 올라갈수록 경사로가 가파른 편이고 가드레일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도 있었다. 아스팔트 도로가 금이 가 깨져 있고 중간중간 깊게 파인 포트홀 때문에 눈이 내렸다면 올라오기에 정말 쉽지 않았겠다고 생각했다.
산토끼는 숲속의 집들 중에서도 맨 꼭대기 사이트의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숙소 위에 주차하고 아직 얼어있어서 미끄러운 돌계단과 깔린 박스들을 조심조심 밟고 숙소로 향했다.
휴양림 가운데에서도 유명산 휴양림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숙소의 전반적인 시설이 낡았다.
우리는 뜨거운 물을 다 써버리면 데우는 데에 50분 가까이 걸린다는 멘트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설거지와 세수를 동시에 진행했다.ㅎㅎ
낡디 낡은 나무 탁자는 상판에 거친 세월의 흔적들이 가득했고 나무 뒤틀림 현상이 발생해서인지 삐걱거렸다.
또 와이파이가 안 된다. 정말 숲속 깊숙이 자리한 낡은 통나무 산장에 머무르는 느낌.
그래도 21세기에 국공립 휴양림인데... 볼 건 다운로드해온 넷플릭스와 작은 티비 밖에 없다.
고즈넉한 쉼을 쫓아 온 방문객이라면 오히려 이런 환경을 더 선호하려나.
그래도, 각종 집기류들이 빠짐없이 준비돼 있었고, 무엇보다 정수기를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입실 때부터 방안이 훈훈하게 데워져 있어서 덕분에 뜨끈뜨끈 온돌 느낌의 바닥 전기난방에서 몸을 지지며 겨울철 낭만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제일 안쪽에 위치한 숙소라서 다른 사람들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나와서 조용히 앉아 따뜻한 차 한잔 마시기에도 좋았다.
맞은편 산에 헐벗은 나무들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앞으로의 계획을 도란도란 나누었다. 신록이 우거질 봄과 알록달록 단풍들로 화사할 가을에 와도 참 좋겠다 생각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숙소 주변으로 야간 조명이 켜졌다가 자정 즈음 모두 꺼졌다. 밤에도 잠깐 나가서 별을 보겠다고 시도했지만 조명 탓인지 짙게 깔린 구름 탓인지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소리도 없이 습기를 잔뜩 머금은 눈이 내리다 그쳤다.)
6인용 숙소라서 요와 이불 등이 충분했고, 깨끗하고 질이 좋았다. 우리는 요를 세 장씩 꺼내서 바닥을 폭신폭신하게 만들었다. 사용한 침구류는 넣지 말고 한쪽에 포개어 놓아 달라는 걸 보니 체크아웃 때마다 커버를 새것으로 갈아주는 것 같다.
수많은 방문객들을 맞이하며 쌓은 연륜 덕에 휴양림의 시스템은 체계적이고 안정적이었다.
겨울철이라서 야영용 데크와 산책로가 모두 폐쇄된 상태(11/1~3/31). 아침 산책을 기대했었는데 아쉬웠다.
숲속의 휴양림 최상단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체크인과 체크아웃 시 차로 지나다닐 때 많은 등산객과 방문객들이 도로 위를 함께 걷고 있어서 위험해 보였다. 길이 미끄럽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음에는 가을철에 산모기에 대한 방비를 제대로 해서 다시 방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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