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빵 덕후에게 추천하는 중미산 제빵소
서울 근교 양평에 방문했다가 근처 맛있는 발효빵을 판매하는 빵집이 있다고 해서 들렀다.
넓은 공간에 테이블 간격도 널찍히 자리하고 있어서 근처에 앉은 사람들의 수다가 시끄럽게 섞이지 않는다.
재즈 배경음악도 잔잔하게 깔려서 편안한 휴식 시간을 보냈던 곳.
본관 건물에서 나와 옆으로 이동하면 별관도 있지만, 여기는 난방을 하지 않아서 서늘했다.
직원은 매장 첫 손님인 우리에게 별관이 추울 수 있다고만 말했는데, 이후 매장에 손님이 어느 정도 들어차니 별관을 묻는 다른 손님에게 난방을 켜주겠다고 말했었다.
요새 빵 가격이 워낙 올라서 이제는 이 가격들이 그다지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발효빵들이라 올리브유를 함께 주면 좋겠는데 정말 식초 같은 발사믹 소스만 줘서 조금 아쉽다.
대신 같이 곁들어 먹을 만한 크림치즈와 프랑스산 버터를 저렴한 가격에 별도로 판매하고 있어서 괜찮았다.
옆에 중미산 막국수집과 같은 사장님이 영업하시는 듯 보였다. 함께 이용하면 국수 가격을 10퍼센트 할인해 준다고
한적한 동네에 이런 별장 같은 카페가 다 있다니 신기한데,
우리가 들어오고 난 뒤로 손님이 물밀듯 계속 들어와서 더 신기했다.ㅎㅎ 다들 어디 갔다가 오는 길일까.
치즈 토마토 치아바타는 건토마토가 새콤하게 씹히고, 작은 치즈 큐브도 들어있다.
쫄깃쫄깃하고 부드럽고 거칠지 않으면서 촉촉하다. 기본 이상은 하는 맛.
구겔호프는 약간 머핀이나 파운드케이크의 식감을 예상하고 시켰는데, 발효빵90에 파운드케이크의 느낌 10%쯤을 가미한 듯한 맛이었다. 조금 신기한 맛? 달지 않고 견과류가 씹힌다. 처음에는 치아바타가 더 맛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밀도가 더 꽉 찬 구겐호프쪽이 더 취향에 맞았다.
다시 간다면 메밀팥빵과 뺑오쇼콜라처럼 디저트류에도 도전해볼 듯하다.
깜빠뉴는 유럽의 전통 식사빵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라떼와 같이 먹기에 좋았다.
겉면은 바게트처럼 거칠지만 안은 촉촉했다. 맛은 짭조름하면서 고소하고 발효빵 특유의 새콤한 맛이 살짝 감돌았다.
통밀을 썼다고 했는데, 견과류를 갈아넣은 것과 비슷한 맛이 났다.
천연 발효종으로 발효시켰다고. 나는 제빵을 잘 모르지만 천연 발효종으로 발효했다는 사실이 제빵계에선 대단한 것인가?
우리 동네에도 이런 방식으로 빵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있어서 궁금하다.
원래 나는 빵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고, 먹더라도 디저트보다는 발효빵과 같은 식사빵 쪽이 취향이었는데
해가 갈수록 점점 제과 쪽으로 기운다.
배불리 먹기보다 차와 함께 스콘이나 쿠키처럼 작게 한 입씩 잘라먹으며 음미하는 쪽이 더 낫다고할까.
그래도 발효빵으로 특화된 중미산 제빵소는 들러볼 스팟이었다.
치아바타나 깜빠뉴, 바게트 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양평에 방문했을 때 한 번 들러볼 만하다.
주차장도 넓은 편이다.
사람들의 낮은 말소리들이 잔잔한 재즈와 어우러져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다.
커피와 함께 고소한 빵맛을 음미하며 쉬다 가기 좋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