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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 양평군립미술관 실내 나들이로 강력 추천! - 반 고흐 미디어아트 전

윤슬제 2023. 2. 1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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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 고흐에 대해 아는 정보는 살아생전 그림으로 인정받지 못해서 평생 가난하게 살다가 불우하게 생을 마감했다는 것과,

그러한 자신의 힘든 상황을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통해 토로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꺾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 전부이다.

물론 몇몇 작품과 그의 화풍은 워낙 유명하니까 그림을 좀 안다고 말하기에는 민망한 수준.

 

그러다 이번에 서울 근교에 양평군립미술관에서 빈센트 반 고흐 미디어아트 전을 열고 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익숙한 유명 화가의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 말고도, 고흐의 그림이 미디어로 어떻게 재탄생했는지 궁금해서 방문하게 됐다.

 

양평군립 미술관

 

입장료는 부담 없이 1000원이다. 이마저도 양평시민이면 무료인데다, 주차장도 정말 넓어서

주말에 부담없이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커플이라면 수월하게 찾음직 하다.

 

전시장 입구

입구부터 근사한 해바라기 길을 깔렸다.

 

무엇보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에서 옮긴 글귀들이 가슴에 와닿는다.

특히 한국어 번역이 기가막히다고 느꼈다. 이런 게 바로 AI가 넘볼 수 없는 번역가의 역할이 아닐까. 

 

전반적으로는 이런 분위기의 전시회 장인데,

사진이라서 전시회의 분위기와 미디어 아트가 전하는 색다른 감동이 담기지 못했다.

 

미디어 아트를 통해서 나무와 밀밭이 어떻게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지,

턱을 괴고 있는 신사의 눈동자와 손이 얼마나 불안한지,

직접 보고 느껴보라고 감히 추천하고 싶다.

 

곳곳에 앉아서 감상할 수 있도록 소파도 마련돼 있다.

전시회장 규모가 2층이 전부로 그리 넓지 않으니, 휴식하듯 천천히 마음껏 감상하자.

레플리카 전시장

복사본들을 전시하는 곳도 있었다.

첨단 3D 프린팅 방식으로 색감과 붓터치의 두께가지 표현해 원작을 재현했다고 한다.

 

발터 벤야민은 예술작품에 복사본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원작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분위기인 아우라가 있다면서도,

진품의 아우라가 복제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현 시대는 첨단 3D 기술로 원작을 똑같이 복사하고, 나아가 AI가 인간의 창작 영역인 원본까지도 창조해 내는 세상이 되었다.

앞으로 원본의 가치가 희석될지, 아니면 부자와 권력자들이 독점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또 다른 권력으로 작용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그림을 크게 확대해서 구름과 별이 움직이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해서 남다른 경험이 되었다.

기술의 발전은 복제품으로 진품의 아우라를 빼앗기도 하고, 진품이 줄 수 없는 남다른 감동을 전해주기도 하는구나.

아이러니하다.

 

고흐는 총으로 자신의 가슴을 쏴서 자살을 시도했고, 이틀 뒤에야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가난과 우울증이라는 고통에 한평생 잠식돼 살아갔던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하니,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크리에이티브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고민하고 방황하던 나로서는 그가 남긴 그림과 글귀에 남다른 울림을 느낄 수밖에.

 

 

1층에서는 아이가 그린 그림을 직접 반 고흐 그림에 띄워주는 체험의 장도 마련돼 있다.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예술 교육에 미디어 아트를 접목하다니 훌륭하다.

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의 입장객이라면 더더욱 추천한다.

 

근처에 풍경 좋은 카페들도 즐비하니, 주말에 근교 데이트를 계획한다면 양평군립미술관을 방문해볼 것을 권한다.

특히, 반 고흐 미디어아트 전은 19일, 이번 주 일요일까지이니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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